어제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FC서울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가 있었다. '맨유'라고 하면 떠오르는 기라성 같은 스타들, C.호날두, 웨인루니, 라이언 긱스, 스콜스 등등.. 게다가 나는 평소 FC서울의 K리그 홈경기를 자주 관람하는 편이니, 정말 최고의 축구경기와 함께하는 최고의 날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늦은 밤 나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것은 FC서울이 맨유에게 어이없는 0-4 대패를 당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전국민의 관심이 모아지는 맨유전을 앞두고 정부에 의해 "한 점, 두 점, 석 점"으로 불리며 끌려나간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진이, 모니터 속에서 아우성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백번 양보해도 이번 파업은 정부의 무리한 법 개정 밀어붙이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직법을 밀어붙였기 때문에, 상암 홈에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해지와 외주화의 압력 을 받은 것이고, 이것이 파업을 촉발한 것이다. 만약 노무현 정부가 이 법을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이랜드 노동자들이 투쟁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정부가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작년 2월 27일 비정규직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할 때, 이미 이 법의 시행으로 비정규직이 확산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단기간 기간제 근로자가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규정을 정부는 자랑했지만, 그 규정 때문에 오히려 법 시행 직후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더기 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민주노동당과 시민단체가 지적했다. 그러나, 환노위 심사에서 정부와 여당은 이런 지적을 무시했다. 오히려 국회 경위들을 동원하여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반대를 물리력으로 막아 통과시켰다. 그러나 현재의 사태들은 위 지적들이 옳았음을, 정부가 틀렸음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2월 27일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날. 이를 두고 노회찬 의원은 "최연희가 9시뉴스 톱에 나오는 것을 막으려고 중요한 비정규직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고 얘기했는데, 정말로 이 날 모든 방송사 메인뉴스의 톱 기사는 최연희 사건이 아니라 비정규직법 환노위 통과였다. 당시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을 대 열우당 협상카드로 쓰고 있었는데, 딱 최연희가 터지자 그거 살짝 무마하면서 비정규직법 합의해 준 것이다. [관련 돌발영상 바로가기])
이렇듯 정부가 잘못해서 통과시킨 법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 이랜드 파업이다. 그렇다면 이 파업에 대해 정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심정으로 적극 중재해야 함은 당연한 일. 그러나 정부는 성실한 중재에 임하기보다 성급한 공권력 투입을 선택했다. 그리고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FC서울과 맨유의 축구경기 약 12시간 전. 맨유라는 세계적 클럽이 경기하는 국제적 행사 바로 옆에, 한국 사회에서 가장 절박한 투쟁이 있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자신들이 잘못 만든 법으로 고생하는 노동자들에게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후안무치한 짓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에 가장 멋질 것이라 생각했던 축구경기는, 그렇게 내 인생 최악의 축구경기가 되어갔다.
난 이 사태와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 자기가 주도한 일에 책임지지 않고 공권력 투입만 한 이상수 노동부 장관, 법안 심의도 제대로 하지 않고 경호권이나 발동하여 날치기로 법을 통과시킨 환노위원장이던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 그리고 노사쟁의만 발생하면 대화보다는 짓밟기 일변도로 대응하는 이랜드 박성수 회장.
또한 앞으로 평생 이랜드 제품은 사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 2001아웃렛, 뉴코아, 홈에버. 항상 축구경기를 보는 날이면 나의 목을 축여줬던 상암 홈에버의 캔맥주들이여, 이젠 안녕. 이건 너희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너희를 파는 홈에버가 극악무도하기 때문이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