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방샤방 문화평론을 쓰고 싶은 사건기자 -_-;;;
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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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옌데의 마지막 연설 : 나는 결코 사임하지 않는다

 

 지금이 분명 여러분께 연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겁니다. 공군이 라디오 마가야네스의 안테나를 폭격했습니다. 저는 실망과 괴로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제 말은 충성 서약을 어긴 자들에 대한 도덕적 심판이 돼야 마땅합니다. 칠레의 병사이고 명색이 합참의장이면서 해군 참모총장이기도 한 메리노 제독, 게다가 겨우 어제 정부에 대한 충성과 헌신을 맹세했으면서 지금은 경찰총장을 자임하는 저 비굴한 장군 멘도사 씨 같은 자들 말입니다. 이 모든 작태에 맞서 저는 노동자들에게 오직 이렇게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나는 결코 사임하지 않는다고! 

  이 역사적 갈림길에서 저는 민중의 충성에 제 생명으로 답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께 말하겠습니다. 우리가 수천, 수만 칠레인들의 소중한 양심에 심어 놓은 씨앗들은 일격에 베어 쓰러뜨릴 수 있는게 아님을 확신한다고.

   저들은 힘을 가졌습니다. 저들은 우릴 종복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범죄 행위로도, 무력으로도 사회 진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역사는 우리의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를 만드는 건 민중입니다.

   이 나라의 노동자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지켜왔던 그 충성, 여러분이 이사람, 다만 정의를 향한 크나큰 열망의 통역자였고 헌법의 존중을 맹세했으며 이것을 지킨 한 사람에게 보여준 그 신뢰에 감사드리고자 합니다.

   이 마지막 순간에,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연설을 통해 저는 여러분이 이 교훈을 얻길 바랍니다. 국내의 반동 세력과 결탁한 외국 자본과 제국주의가, 군대가 자신의 통을-군 출신이면서도 그 희생양이 된 분들, 즉 슈나이더 장군이 가르쳐 줬고 아라야 사령관이 다시 확인을 그 전통을-깨버리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 말입니다. 이제 오늘 저들 반동 세력은 자신들의 이윤과 특권을 끈질기게 지키기 위해 외세의 힘을 빌려 권력을 탈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 누구보다도 먼저 이 땅의 겸손한 여성들, 우리를 믿어 준 여성 농민들, 어린이들에게 쏟은 우리의 관심을 알아준 어머니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저는 또한 이 나라의 참된 전문가들에게 자본주주의 사회를 옹호하는 전문가 단체, 기득권 단체가 저지르는 방해 선동에 맞서 줄기차게 활동한 애국적 전문가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저는 청년들에게, 함께 노래하고 이 투쟁에 자신들의 행복과 영혼을 바친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저는 이제 몇 시간 만에 이 나라를 장악한 파시즘에게 박해받을 칠레인,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암살 테러 속에서도 충성을 맹세했던 자들의 침묵에 맞서, 다리를 폭발하고 철로를 절단하며 석유 파이프와 가스 파이프를 파괴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저들은 위태로운 상황에 있습니다. 역사가 저들을 심판할 겁니다.

   라디오 마가야네스는 곧 끊어질 게 분명합니다. 그러면 제 차분한 목소리도 더 이상 여러분에게 닿지 않겠지요.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계속 듣게 될 테니까요. 저는 항상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겁니다. 적어도 당당한 애국자의 기억 속에 함께 할 겁니다. 민중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법이지만, 스스로를 희생하지는 마십시오. 민중은 굴종과 박해를 허용해선 안되는 법이지만, 스스로를 자학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나라의 노동자 여러분, 저는 칠레와 그 운명을 믿습니다. 반역자들이 우리에게 강요하려는 이 암울하고 가혹한 순간을 딛고 일어서 또 다른 사람들이 전진할 겁니다. 이걸 잊지 마십시오. 자유로운 인간이 활보할, 더 나은 사회를 향한 크나큰 길을 열어젖힐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칠레 만세! 민중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게 저의 마지막 말입니다. 저는 제 희생이 헛되지 않으리란 것을 확신합니다. 결국에는 제가 대역죄인과 비겁자 그리고 반역자를 심판할 도덕적 교훈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 장석준 엮음, 『혁명을 꿈꾼 시대』, 살림출판사, 2007, p.128-130.

 

1973년 9월 11일 대통령궁에서 '대통령 동지' 아옌데가 칠레 국민에게 했던 마지막 방송이다. 몇 시간 뒤에 그는 또 다른 동지 카스트로가 선물한 기관총을 들고 쿠데타군과 싸우다가 '전사'했다. 꿈꾸는 자라면, 이 글을 읽고 어찌 울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by 니코스 | 2007/08/20 12:18 | 텍스트 오브제 | 트랙백(2)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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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게으름의 위대함. at 2007/08/21 11:09

제목 : 아옌데의 마지막 연설.
"아옌데! 아옌데! 민중이 당신을 지켜주리라!" - 칠레민중들의 구호, battle of chile- 자본가 총파업, 국회 보이콧, 참모총장 암살, 대규모 가두 시위에도 굴하지 알았던 이 고참 사회당원은 결국 미국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은 피노체트 군부에 의해 죽고 말았다. 민중들은 그를 지켜주지 못했지만, 아옌데는 민중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민중들은 아옌데에게 인민연합의 대통령 후보를 양보한 공산당의 파블......more

Tracked from Pour Viver Ici at 2007/09/11 16:33

제목 : 《9.11》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1970년 당선된 아옌데 정부는 인류 최초로 합법선거로 당선된 사회주의 대통령으로 평가받습니다. 그 이전의 사회주의 정권은 무무장혁명을 통해 집권하거나 무늬만 사회주의인 정당으로 퇴보하여 집권했습니다.이 최초의 합법적 민선 사회주의 정부는 조만간 미국의 미움을 사게되는데요. 한때 전세계 구리 생산량의 95%를 차지할정도로 풍부한 구리광산을 아옌데정부가 집권과 동시에 국유화 조치를 단행합니다. 그러자 미국은 우파성향의 트럭노조의 반아옌데......more

Commented by Cynic at 2007/08/20 22:20
놀라운 분이군요. 연설문을 읽다가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 분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싶어요.
Commented by 소금인형 at 2007/08/21 10:57
니코스 형님도 읽으셨군요.. 나는 이장면 읽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지던뎅..ㅠㅠ
Commented by 니코스 at 2007/08/22 12:11
소금인형 / ㅜㅜ; 갑자기 나도 칠레전투가 생각났어... 아옌데, 아옌데, @#@#$@$@, 아옌데!

Cynic / 다음 링크가 어느 정도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드릴 거에요.

http://windshoes.new21.org/person-allende.htm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8/23 00:50
니코스/ 삐노체뜨가 아옌데에게 무조건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 국외로 내보내겠다고 제안했다 합니다. 진심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일단 비행기에 태운 다음에 대서양이나 태평양 상공에서 추락시킬 계략을 짜 놓았답니다.

자세한 내막은 이성형의 저서 [라틴아메리카, 영원한 위기의 정치경제] 본문이나 이 책의 본문에서 소개한 [피노체트, 살인 인생] 을 참조하세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8/23 00:52
칠레와 아옌데 문제와 관련한 한국어 문헌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은 미력하나마 알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8/23 00:53
니코스/ 슈나이더 장군->에스뺘냐어식 발음은 슈네데르 장군.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8/23 00:55
니코스/ 경찰총장->정확하게는 경찰군 총장. 칠레에서는 경찰도 군대의 일부입니다. 그래서 3군이 아니라 4군이죠.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8/23 00:58
이 사건이야말로 잘 알려지지 않은 9.11이죠. 1973. 9. 11.
Commented by 니코스 at 2007/08/23 17:21
오- 많은 정보 감사드려요. 에스빠냐식 발음은 언제나 어려워요. ㅜㅜ; 지난 학기 라틴아메리카사 듣다가 어려워서 토할 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8/24 02:22
니코스/ 박구병 선생에게서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8/24 02:27
니코스/ 얄궃은 점들:

1. 삐노체뜨가 육군참모총장이 된 이유는 아옌데 대통령과 부통령 등 행정부 최고위층 인사들이 그를 신뢰할 수 있는 충성스럽고 정치적 중립을 잘 지키는 인사로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자신의 정체를 잘 숨기고 있었지요.

2. 삐노체뜨가 꾸데따를 하기 며칠 앞서 꾸바의 까스뜨로가 칠레를 방문해서 삐노체뜨와 함께 찍은 유명한 사진이 남아 있습니다. 공식 환영행사 장면이죠.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8/24 12:42
니코스/ 참조로 마젤란의 원래 포르투갈식 성이 '마가양스' 고 까스띠야어식(에스빠냐어) 발음이 마가야네스입니다. 마젤란은 영어.
Commented by 니코스 at 2007/08/24 19:59
ghistory / 맞습니다. 박구병 선생님의 유머 감각을 맘껏 감상했지요~ ^^* 박구병 선생님도 영어식 발음과 포르투갈식 발음을 매번 구분해주셨는데, 제가 영 기억력이 엉망인 것 같아요. 매번 새롭네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8/25 00:01
니코스/ 그 분은 어디가나 학생들에게 호평을 받는군요. 그런데 정작 선생께서는 연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사 수업에서 학생들의 반응이나 실력이 별로 좋지 않았다면서 그다지 즐거운 수업은 아니었다고 회상하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운이 좋으시군요. 그 수업 2년 동안 단 1번만 개설하는 과목인데 말이지요. 연세대학교 사학과에는 희귀한 좋은 과목들이 참 많아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8/25 00:06
니코스/ 너무 자책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까스띠야어나 포르투갈어 발음의 한국어식 표기 아는 학생들 거의 없어요. 박구병 선생이 꼭 연세대학교 수업에서만 그렇게 바로잡는 건 아니고, 어디가나 다 그렇게 하는 분입니다.
Commented by 니코스 at 2007/08/25 10:02
자책은요.. ㅎㅎ 근데 저는 사실 그 강의에 대한 평가는 So-So 입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8/25 23:55
니코스/ 그다지 흥미를 못 느끼신 듯.
Commented by 달리아 at 2007/08/30 01:12
전 이성형 교수님 강의를 들었었지요. 한 학기 동안 재밌게 들었었는데. 아옌데를 더 알고 싶다면 '멕시코 혁명과 영웅들'을 보시길.
Commented by 봉기 at 2007/09/01 12:41
다 여기에 계셨군요.!ㅋ
샤방하지 못하고, 소심한 사람끼리 앞으로도 잘 지내요. ^^
글하고 상관없는 댓글 달아서 죄송^^(또 소심증 발동.. 쿨럭ㅡㅡ;;)
Commented by 니코스 at 2007/09/01 12:59
봉기 / 하핫 ^^
Commented by 시로군 at 2007/10/01 11:35
오 좋은 책 정보- 감사- 그나저나 부산에서 못 보게 되어서 아쉽- 서울에서라도 한잔해요-
Commented by 니코스 at 2007/10/04 02:27
시로군 / 혹시 지난 1일 오후에 저 보지 못하셨나요? ㅎㅎ 윤동주 시비 앞에서 목격된 느낌이 드는데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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