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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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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반복, 사랑, 그리고 <어거스트 러쉬>

한때 ‘있어 보이는’ 표현을 써야 글을 잘 쓴다고 착각한 적이 있다. ‘주옥같은 음악’, ‘불굴의 의지’, ‘개탄할 일’ 같은 어구 말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런 표현은 어찌나 진부한지, 이런 문구들은 자장면 곱빼기 위에 생크림을 버무려 놓은 느낌이다.

 <어거스트 러쉬 August Rush>도 그렇게 느끼한 영화다. 포스터에 꽃미남, 꽃미녀, 미소년이 멋지게 모여 있을 때 눈치 챘어야 했는데, “당신의 가슴을 연주할 특별한 이름”이라는 광고 문구에 속아버렸다. 음악 영화라는 점에서 <원스>와 동일선 상에 놓은 마케팅 탓이리라.


일단 노래와 배우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스토리는 빈약하고 진부하다 못해 처참할 정도다. 하루 밤 별 대화도 없이 같이 보낸 뒤, 10년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게 말이 되나? 줄리어드 음대를 나온 첼리스트 엄마와 로커 아빠를 두면 음악의 천재가 되나? 차라리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처럼 유치함을 감추려들지 않았다면 담백했을 텐데, <어거스트 러쉬>는 유치하면서도 끝까지 관객에게 이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강요한다.

 게다가 어거스트 러쉬 본인이건 엄마건 일관되게 얼굴과 손을 동시에 잡지 않는 교차 편집은 봐주기 힘들 정도다. 또 지휘하는 손을 전등에 비추는 진부한 장면은 왜 이리 남용되는지, 그리고 캐릭터는 착하다 못해 왜 이리도 평면적인지, 헛웃음을 참고 영화 보는 게 도무지 쉽지 않았다. 주연 배우들도 현실성을 부여하는 일을 포기한 듯했다.

 이렇듯 논할 가치가 없는 영화인데 굳이 얘길 꺼낸 것은,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적극적인 반응 때문이다. <어거스트 러쉬>는 개봉 2주 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82만 관객을 기록했고, 이번 주에도 네이버 검색 순위 1위를 달렸다. 게다가 네이버 관객 평가도 10점 만점에 8.91로 매우 후하다. 나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다. 어떻게 이토록 느끼한 식성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단 말인가?

 우선 그 해답은 마케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 대형 영화사 중 하나인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했고, 구혜선과 타블로가 카메오로 등장했단다. 첫 주 개봉관 역시 300개를 넘는다. 대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격적인 마케팅이다. 그러나 마케팅의 덕으로만 돌리기에는 인터넷에서 관객들이 보여주는 열광이 좀 지나치다. 이에 따라 생각해본 또 다른 가설. 어쩌면 많은 이들은 영화와 현실의 정합성이 전무하더라도 괘념치 않는 게 아닐까? 아니, 음악이란 매력적인 요소에 멋진 배우와 귀여운 아역을 배치해 놓고, ‘가족’, ‘사랑’, ‘음악’ 등 낭만적 이데올로기를 펼치는 게 2007년 관객들이 가장 원하는 바는 아니었을까?

 사랑이 영화에서 진부한 요소를 통해 표현될 때, 현실에서 사랑이 자리 잡을 공간은 줄어든다. 낭만은 클리셰 범벅의 스크린으로 도망치고, 현실은 방치된다. 이런 맥락에서 <어거스트 러쉬>는 망년회에서 마시는 싸구려 폭탄주와 같다. 모두 사랑스럽고 친근하지만, 깨고 나면 또 다시 정반대 현실이다.
by H군 | 2007/12/10 10:19 | 시네마 복학생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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