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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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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종부세
뒷북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좋은 글은 나눠읽어야 한다. file_vxQ30y.pdf

전화하는 혹은 만나는 친구, 후배들마다 "아직도 그 글을 안 읽었냐"는 핀잔을 듣다가 주말을 이용해 이준구 교수의 '슬픈 종부세'라는 글을 읽었다. 이준구 교수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우리나라에서 '맨큐의 경제학'보다 많이 팔리는 경제학 교과서를 쓴 신고전학파 교수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가 나쁜 것은 '과거로의 회귀'라서가 아니라, 아무 판단없이 모두 뒤집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날카롭다.

"흥미로운 점은 주요한 진보적 개혁이 거의 모두 보수적 정부하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제도 등의 사회복지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이 전두환 정부 때였으며, 토지공개념이란 급진적 성격의 개혁안이 나온 것은 노태우 정부 때였다. 또한 김영삼 정부 때는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등록이라는 굵직한 개혁이 이루어진 바 있다. 지금 이런 개혁안이 나왔다면 보수진영은 좌파의 책동을 막아야 한다고 난리를 쳐댔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이와 같은 진보적 개혁의 도도한 흐름을 거꾸로 돌려놓는 데 열중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에 일어난 민심의 일시적 보수화를 등에 업고 마치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것이 자신의 사명인 양 밀어붙이고 있다. 그 동안 어떤 정부도 지금처럼 대놓고 힘 있고 부유한 사람들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 바 없다."

"종부세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라든가 전매금지 규제와 달리 시장기구 혹은 가격유인을 통해 민간부분의 행위를 일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정책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규제가 갖는 일반적 문제점, 즉 시장의 왜곡 같은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종부세는 부모를 잘못 만난 탓에 태어난 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아 안락사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 내가 보기에 종부세는 그 자체에는 바람직한 측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단지 참여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종부세의 본질, 즉 이것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어떤 동기에서 도입되었는지 같은 애매하고 지엽말단적인 논의만 판치고 있다."

-이준구, '슬픈 종부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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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군 | 2008/10/05 17:32 | 텍스트 오브제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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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reep23 at 2008/10/06 13:27
1.이준구 교수가 쓴 책이 여전히 많이 팔리긴 하겠지만(서울대에서 특히 그렇겠지), 지금은 '맨큐의 경제학'이 가장 많이 팔리는 경제학 입문 교과서라는 게 정확할 것 같다.
2.(나는 이준구 교수의 글을 읽지 않았지만)이준구 교수가 열거하고 있는 보수적 정권 하에서 추진된 '진보적 개혁'은 이준구 교수의 '신고전학파적' 입장에서는 그다지 문제될 게 없다. 예컨대 금융실명제는 시장에서의 거래의 투명성 확보라는 면에서 환영받을 만하고, 공직자 재산등록은 '경제 주체(또는 시장참여자)로서의 정부'의 존재로 인해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해 주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3.이준구 교수의 이명박 정부 비판은 경제학적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의미가 더 정확하게 드러날 것 같다. 간단히 써 보면, 1)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이 없고 섬세하지 않다=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 2)좌파의 실패 운운하면서 과거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다=경제와 정치의 혼동, 3)부유한 사람들만을 위한 정책 추진=투기나 독점과 같은 시장의 왜곡 발생 가능성 등등.
Commented by creep23 at 2008/10/06 13:41
4.이준구 교수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자신이 공부한) 경제학의 이론적 입장에 매우 충실하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이준구 교수를 '진보적 지식인'으로 부를지도 모르겠다.(좌파들은 반발할 수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점은 1)이명박의 경제 노선은 시장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경제학 이론으로도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 2)그 심층에 놓여 있는 토대는 자유주의 같은 '이념'이 아니라 '힘 센 놈이 최고'라는 생존법칙이라는 게 아닐까?
5.밥 먹고 졸려서 한번 적어 봤다.
Commented by H군 at 2008/10/07 21:34
creep23// '자신의 이론적 입장에서 충실한 비판'이 학자들이 꾸준히 해야 할 (학자라는 존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 그런데 사실 요즘 보면 학자들은 이론적 입장에서 연역해서 비판을 한다기 보다는 학문 따로 발언 따로인 것 같아. 또 여론(언론)이 학자의 발언이 '왜 나왔는가'보다는, '무슨 발언인가'에 주목한 것이 이런 경향을 받쳐주는 것 같지.

아무튼 확실한 것은 이게 최근에 읽은 글 중에 가장 흥미로웠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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